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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영화를 보자

[다큐멘터리 리뷰] <자본주의를 향해 달린 자동자> feat. 전주국제영화제

by 김알람 2022.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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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제 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다큐멘터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의 노동자들과 '소련에선 자동차를 사기 위해 10년 전에 예약해야 한다'는 농담을 하는 미국의 대통령의 교차 편집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진 건 고물상에서 자동차 부품을 사는 러시아(?)의 두 청년,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고 과거 러시아산 자동차 부품을 사서 자신만의 자동차를 만드는 불가리아 정치인,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흙길에서 하는 자동차 레이스를 즐기는 부부...

 

이렇게 구소련산 레트로 자동차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유럽인들을 죽 따라가던 다큐멘터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직전 유럽에서 있었던 일들을 조명한다. 소련이 지배하던 나라들 밖으로의 여행이 금지될 것 같은 불안한 분위기 속, 한 부부는 대수롭지 않은 주말여행을 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벗어난다. 많은 사람들이 동유럽을 빠져나가던 시기였다. 이들이 이주 중인 것을 예상한 한 서유럽 청년이 '대사관을 찾으시나요?'하고 묻지만 부부는 국경을 벗어나기 전까지 '여행을 온 것뿐'이라 대답할 뿐이다. 마침내 국경을 벗어난 순간 부부는 청년에게 묻는다 '대사관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영화의 후반부엔 레트로 자동차 박물관과 박물관의 방명록이 등장한다. 글 속엔 구소련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철조망을 넘고, 자동차를 타고 편도 여행을 왔던 그 시기를 누군가는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젊은 시절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던 사람들 중에도 그때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자동차를 타고 자본주의를 향해 달렸던 사람들. 이들에겐 자본주의가 '더 나은 삶을 위한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전쟁 속에서 사회주의는 나쁘다, 당신이들이 가난한 것은 사회주의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미국의 선전은 이곳을 떠나면 더 좋은 세상이 있을 거란 꿈을 꾸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자동차는 국경 밖으로, 자본주의를 향해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자본주의는 이들이 바라던 꿈을 실현시켜주었을까? 방명록 속에서 느껴지는 구소련에 대한 그리움을 보며, 자본주의가 이들을 실망시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가 말했던 더 나은 세상이 지금의 동유럽(구 소련 지대)에 과연 펼쳐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오며 함께 전주에 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보다 강할 수 밖에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사회주의는 '구조'를 말하고 자본주의는 '개인'을 말하니,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주의 속 사람은 '구조'를 자본주의 속 사람은 '나'를 탓하지 않겠는가? 언제든 개인의 자유의지에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보다 강력한 생존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두 이념 싸움의 결말은 음부터 예견되어 있었던 것일까?

 

다른 의문도 들었다. 만약 프라하의 봄같은 위기가 지나고 사회주의 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면 사회주의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모른다.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니까. 가정은 가정일 뿐, 현재 사회주의는 이념전쟁에서 실패했고 자본주의의 세상이 되었다. 

 

색감이 매력적이고, 대중적인 배경음악을 이용해서 관객의 흥미를 돋우었던 다큐멘터리였다. 다양한 인물들이 산발적으로 등장해 지루할 수 있지만 그 부분을 이미지&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보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나의 선을 따라서 목적지로 향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가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후반에 소련 붕괴 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 이런 걸 말하려고 했나 보군'하고 예상하게 만들긴 하지만 그 역시 명확한 것은 아니다. 

 

역사와 자동차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었던 다큐멘터리였다. 타인에게 추천할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평을 말하자면 나는 재미있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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