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지고 난 후에는 영화관을 꺼리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여가를 즐길만한 마음과 몸 상태도 아니어서 영화관에는 굉장히 오랜만에 가게 되었다. 사실 마블 영화를 로건 이후로 잘 보지 않게 되어서 아무런 기대 없이 영화관으로 향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터널스의 경우엔 좋지 못한 평들도 많아서 큰맘 먹고 여가(?)를 보내러 영화관에 들렀는데 시간만 버리게 된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었다. 거두절미하고 평점을 주어 보자면
★★★☆
나의 주관적인 별점은 3.5 정도 되겠다. 영화리뷰를 이곳에 적는 게 처음이라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에게?'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별점을 짜게 주는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극장에 들어가기 전 마음가짐을 생각하면 별점 3.5는 괄목할만한 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란 무릇 개개인의 취향을 타는 법이기에 이 영화를 추천할만한 사람과 추천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추천할 사람과 추천하지 않을 사람을 간략하게 써 보려고 한다. 물론 이런 감상마저도 주관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자신의 취향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
- 나는 개인적으로 마블 영화의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되는 평면적인 부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지금까지 마블의 영화와 다른 색을 가진 영화를 보고싶다.
- 내용에 생각할만한(철학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면 영화의 만듬새는 여타 상업영화처럼 매끄럽지 않아
도 상관없다.
- 나는 연대기 느낌의 역사(?)물을 좋아한다.
- 나는 어벤저스에서 호크아이 등을 좋아하면서 인기 있는 캐릭터는 비중을 많이 주고 다소 인기 없는 캐릭
터는 덜 조명하는 행태에 질렸다.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영화라면 다 비중과 특색이 골고루 보였으면 좋
겠다.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 나는 마블의 블록버스터적이며 만화적인 캐릭터를 사랑한다.
- 나는 지금까지 마블 영화과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마블 영화를 본다.
-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딱 봐도 잘 만들어진 매끄러운 영화였으면 좋겠다. 디워처럼 짜치는 느낌이 조금
이라도 들면 나는 영화관을 박차고 나가고 싶다.
- 나는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는 긴 영화가 싫다.
다음의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이 영화의 만듬새는 상업영화 치고 좋지 않다. 마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디필름을 보는 것처럼 어색한 부분이 영화 내에서 자주 보인다. 게다가 마블 영화 특유의 만화적인 캐릭터의 느낌도 덜하다. 캐릭터들도 여타 마블 영화보다는 나름 현실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매끄러운 영화의 만듦새를 생각한다면 영화관에서 굉장한 실망을 하고 돌아올 수 있다. 이 점을 명심하고 이 영화를 볼 지 말지를 선택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3시간 분량의 영화인데도 영화관에 있는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방대한 내용을 3시간에 압축하다보니 스토리 흐름의 강약 조절에 실패했다는 생각은 들었다. 오히려 미국의 시즌제 드라마처럼 드라마로 길게 풀었으면 영화로 만들어진 지금보다 더 인기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이 영화에 좋은 평점을 주었느냐 하면, 이 영화는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그리고 신념이란 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사람마다 신념의 중요성은 다를 수 있다. 이것이 우정보다는 중요하고 사랑보다는 덜 중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정과 사랑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보다도 신념이 우선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사랑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나 로맨스를 보여주는 콘텐츠들에선 그 무엇도 뛰어넘는 사랑의 모습을 종종 보여주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정치색이 다른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인간관계에서 부딪히듯 이 영화에서도 각자의 신념에 따라 갈등하는 이터널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갈등의 끝이 어디로 향하든 그 과정에서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감독이 힘을 빼고 가볍게 웃음을 주는 부분이나, 로맨스를 연출하는데 약한 부분을 보였어도 말이다.
그리고 어벤저스1 어벤저스2를 본 입장으로서 캐릭터들에 골고루 서사를 분배하려는 노력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영화란 매체는 시간이 굉장히 한정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서사나 매력적인 캐릭터에 많은 분량을 주고 그렇지 못한 부분에는 적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일반적이고 좋은 영화 문법이다. 하지만 시리즈물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영화란 영화 한 편이 영화가 끝나면 그 세계가 닫힌다. 때문에 영화 한 편이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 나오는 디시나 마블코믹스의 영화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가 가지는 특성을 다분히 흡수하고 있다. 한 영화는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는다. 그 영화는 다음 시리즈를 위한 발판이자 다음 영화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한다. 사실 마블이나 디시 영화의 이런 점을 개인적으로는 싫어하기도 한다. 어벤저스를 처음 봤을 때도 이게 드라만지 영환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마블의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점점 더 개별 영화의 완결성이 떨어지고 단지 다리 역할이 점점점 더 강조되어서 불쾌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그들 영화의 특성이라는데... 좋으면 계속 보고 아니면 떠날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마블 영화를 끊었었다가 우연한 기회로 이터널스를 보게 되었고, 다행히 이 것이 새로운 시즌(?)의 첫 시작이었기 때문에 전 작을 보지 못했기에 이해할 수 없는 불상사 없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터널스의 특이했던 점은 인물이 엄청 많이 나오는데 그 많은 인물들 모두에게 조금의 스포트라이트라도 비추려는 나름의 노력이 보였다는 점이다. 이터널스는 어벤저스보다도 인물이 많이 나온다, 사실 얘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영화관을 나가서 몇 명은 기억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섬찟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개별 인물의 특성은 기억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감독이 개별 캐릭터에게 조금이라도 조명을 비추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이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상업영화에서 기대하는 매끄러움이 부족하다. 나름 인디필름을 자주 봤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던 것이지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만 접하던 입장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돈이 많이 들었을 마블 영환데 만듬새가 왜 이러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그리고 감독이 철학적인 메시지를 영화 내에 녹여내는 데에는 자연스러웠지만 웃음 포인트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게 만든 부분이라던지 이게 사랑의 작대기도 아닌데 그 많은 인물 내에서 계속 이성 로맨스로 인물을 엮으려고 했던 부분은 개인적으로 영화에 흥미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영화를 봤던 게 너무 오래 전이라서 극장에서 영화를 오랜만에 보았다는 사실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었던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연달아 보던 시절에 '이터널스'를 보았다면 별점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이 영화를 볼 지 말지 선택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듯 남의 평가와 나의 평가는 분명히 다르다. 보지 않고서는 내가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지 아니면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후회가 될 정도로 진저리를 칠 지 알 수 없다.
몇 년 전까지 영화를 나름 열심히 보았는데 몇 년 후에 생각하니까 기억이 많이 휘발되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영화 리뷰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영화를 보고 이 곳에 영화 리뷰를 업로드할 예정이다. 나의 주관적인 영화 체험이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이만, 이 글을 마치겠다.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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