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2일
오늘 아침에 추적추적 비가 오면서 사진전을 가야겠다는 계획은 불발이 되었다.
대신 오늘은 웹툰을 보고, 빌려온 SQL책을 훑어보고, 새로운 약속을 잡고, 배당내역을 정리하는데 하루를 썼다. 2020년에 주식을 시작하면서 한탕을 노리던 나는, 원숭이도 수익을 내던 2020~2021년 상반기가 지난 후 노선을 틀게 되었는데 바로 적립식으로 돈을 넣어 꾸준한 배당을 받는 것이었다.
고정 수입 만들기
고정 수입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내게 좋아하는 일로 돈 버는 재주가 없는 것 같다는 20대 중반의 생각 때문이었다. 글로 돈을 벌고 싶지만 잘 될 것 같지 않았다. 짧게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작업실에서 작업만 해 본 적도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대한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불안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불안의 원천은 다른 것이었다.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회사 생활을 하며 월급을 받고 연말 연초에 (넓은 의미의) 가족들을 만나며 가슴을 펴고 사는데 나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음습한 불안.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내게 주어진 사회로의 복귀 기회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초조함. 원래도 남들 눈을 꽤 신경 쓰는 성품이기에 더더욱 강하게 느껴진 불안은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시간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성급한 사회 복귀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당시에 생각한 여유시간은 1년.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4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는 불안해졌다. 나는 1년을 부여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본심이 참아줄 수 있었던 시간은 채 반년이 안 되었던 것이다.
불안, 불안, 또 불안
원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던 사회로의 복귀 이후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직장 생활은 좋았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나의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매일매일 무언가를 (억지로라도) 해 내니 '그래도 인생을 낭비하진 않고 있다'는 비겁한 안심이 내려앉았다. 내게 정말로 '제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준 것은 월말이면 정기적으로 내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었다. 그게 내게는 사실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200만 원만 있었어도, 작업실에서 내가 느낀 불안의 95%는 저절로 사라졌을 것이다. 100만 원은 부족하다 최소 200만 원에 250만 원이면 더 좋다. 한 달에 200만 원이 없었기 때문에 내 시간은 불안의 것이었다. 내게 돈이 있었다면, 친구들을 만나서 당당히 백수라고 말하더라도 내 마음에 불안은 없었을 것이다. 타인을 위해 노동하지 않고 오롯이 나를 위해 24시간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글 쓰며 백수로 지낸다'는 말을 당당히 내뱉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랬을 것이다. 내가 나를 아니까.
2020년에 만들어놓고 잠시 잊어버렸던 배당투자계좌에 다시금 납입을 시작한 건 그래서였다. 매월 200만 원을 만들기 위해서. 그 돈이 내 내면의 불안을 달래주길 바랐기에.
오늘 배당내역을 일일이 손으로 기입하면서 납입을 다시 시작했던 그때의 마음이 생각났다. 그리고 엑셀에 배당금을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면서 다른 사람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란 생각도 들었다. 분명히 내 배당금을 엑셀로 뽑아주는 기능이 있을 텐데 검색을 못해선지 찾지 못해서 일일이 그걸 손으로 하고 있었다. 역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딱 맞다.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배당 내역이 보인다.
"아... 나는 돈 불리는 재주는 참 없구나. 보드게임만 비효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주식도 마찬가지구나. 참 한결같다"
배당만 기입한 시트이니 나의 현재 손실금까지 더하면 결과는 더더욱 눈뜨고는 봐 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미국주식을 믿고 있기에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고 스스로 세뇌해 본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조금씩 많아지는 배당금을 보니 그래도 나이 50 전에는 월 200에 닿지 않겠나 싶다. 그때가 되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한 300 정도는 돼야 마음이 편할 것 같긴 하지만. 음... 그래도 믿고 있다고 나 자신.
번득이는 통찰과 행동력으로 기회를 잡아 많은 돈을 버는 일은 난 모른다. 보드게임할 때도 마작할 때도 주식할 때도 생각하지만 나는 1등은 못한다. 주저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치곤 한다. 그렇지만 자동으로 월 200 만드는 일은 1등 감이 아니라도 할 수 있다. 그런 걸 따지면 인생이 게임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월 200만 원의 자동 수입을 달성한 날 다시 이 글을 봐도 재밌을 것 같다. 그때까지 티스토리가 망하지 않아야 할 텐데 망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 5일 정도 일기를 써 보니 읽기를 쓴 직후야말로 가장 집중력이 높을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일부터 얼마간은 일기를 먼저 쓰고 일상을 시작하는 실험을 해보려 한다. 며칠 해보고 비효율적인 것 같으면 다시 밤에 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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