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4일
어제는 일기를 아침에 쓰기로 했는데... 일어나니까 너무 쓰기가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하루가 다 가 버렸다. 어제 한 번 일기 쓰기를 건너뛰자 오늘도 일기를 쓰기 싫은 마음을 떨치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책과 영상을 통해서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해내는 방법'이 하기 싫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해 버리는 것임을 학습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 사이엔 큰 괴리가 있다. 항상 이상과 내 행동 사이에서 적잖은 실망을 함에도 행동이 어려운 것은 나에게 좋은 습관이 들지 않아서겠지.
오늘은 알버트 왓슨 사진전을 관람하고 왔다. 보드게임이나 방탈출을 하는 것 외의 문화생활은 잘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사진전에 가서 창의력 재충전을 할 수 있었다. 사진전을 볼 때면 사진, 미술전을 보러 갈 때면 미술. 사진이나 그림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작품전을 보고 나올 때면 나도 뭔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작은 호기심이 든다. 그 점이 문화생활의 좋은 점이다. 책과는 다르다.
영화를 노트북으로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보는 게 다른 감동을 주는 것처럼. 내게 익숙치 않은 공간에서 익숙지 않은 것을 보는 경험은 창의성이란 연못에 수도꼭지를 달아 튼 것 같은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책은 더 접하기 쉽고,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대부분 더 저렴하다. 하지만 책을 통해 깨달음과 나를 연결하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여러 권을 읽다 보면 점점 쉬워진다. 그 기술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은 무엇보다 가성비 좋은 깨달음의 원천이다.
그렇다면 공연이나 전시같이 직접 체험하는 문화생활은 어떨까? 이것들은 창의성의 공간으로 인간을 끌어들여 개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깨달음의 기술을 보완한다. 기술이 없는 사람이라도, 새로운 공간이 주는 색다른 경험을 받아들일 마음의 문만 열려있다면 자신 속에 샘솟는 창의력과 호기심을 마주한 채 그 공간을 나갈 수 있다.
아이코닉한 사진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실망한 점도 있다. 사진전의 조명이나 작품을 담은 액자의 재질 때문에 빛반사가 심해서 작품 감상이 굉장히 불편했다. 가벽 설치로 한 공간 구성에서는 재미있고, 작품 주목도를 높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조명은 모든 사진에 적용되는 것이니 좋은 것보다 불편한 점이 더 컸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가족끼리 루미큐브를 했는데 3명이서 2판을 하는 동안 나만 승리를 못했다. 연이은 패배의 원인은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서 될 것도 안 될 것도 같을 때 고민을 더 하기보다 더 쉬운 방법이 생기길 기다리던 탓이다. 어차피 게임 한 판일 뿐인데 왜 또 과감하지 못한 걸까. 스스로에게 불만스러운 내적 한숨을 한번 쉬고 오늘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내일은 국비지원으로 신청한 SQL과 python 강의를 수강하고, 사진전에 대한 리뷰를 쓰고, 오랜만에 영화를 볼 예정이다. 얼마 되지 않은 일정이니 모두 완료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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