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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재활기/교환학생을 준비하다

인생이 망해가고 있다?-prolog

by 김알람 2021.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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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까지 내 인생은 무난했다.
머릿속에서 여러 단어를 찾아 대입해봐도 그 단어가 적합하다. '무난'하다.

별 다른 문제 없이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입시도 순탄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하는 것도 좋았다.
고등학생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 공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와서 비율에 따라 A, B, C 및 기타 등등의 성적을 받다 보니
A나 B 맞기가 고등학생때보다 쉬웠고
나는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걸 좋아하고,
무언가를 '잘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잘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못 하는 건 싫어한다.
당연한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저기서부터 망했다.
대학 초반에는 좋았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건 전공으로 선택해서 대학을 갔기 때문에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그걸 즐겼다.
그것도 1-2년이었지 2학년 막바지가 되니 남들이나 나나 수준이 도찐개찐이었다.
3년이나 더 먼저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알고 있다.
열심히 안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뭔가를 하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중상은 했는데
'열심히 안해도 보통 이상은 하는구나'라는 말을 듣는 게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맘 잡고 열심히 했는데 생각보다 뒤쳐지게 되는 게 두려웠는지
처음 시작했을 때 그럭저럭 하던 그 수준에서 더 노력하지 않는 나쁜 버릇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그런 버릇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가
대학생이 되자 어렴풋이 눈치를 챘는데...
그 때도 정신 못 차리고, 평생에 걸쳐 쌓아 온 이 나쁜 버릇을 벗어버릴 생각을 못했다.
그렇게 3학년이 되자 덜컥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그랬다.
시작할 때는 즐겁다. 처음인데 잘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고 더 알게 되는 게 기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초보'에서 벗어나고 나면
지금까지 이 일에 들였던 시간들이 부채감이 되어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어 버린다.
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을까 무서워 더더욱 열심히 안 하게 된다.
그러면 당연히... 못하는거지 뭐...

그렇게 3학년이 되어 결과물을 나보여야 하는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당연히 잘 못했다.
더 창피한 건 내 스스로가 진짜로 열심히 안 한 걸 나도 알았다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진짜 최선이 아니라 '이 정도면 쪽팔리진 않겠지' 정도에서 머물러 있다는 게 더 창피했고 더 이상 창피당하고 싶지도 노력하고 싶지도 (안 한 주제에... 뭘 더 노력하지 않겠다는 건지..ㅎㅎ) 않아서
휴학을 하게 되었다.

6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보니 기차 안에 타면 창밖이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시간이 쏜쌀같이 지나갔다.
대학 다닐 때 1교시도 곧 잘 다녔던 걸 보면 나도 할 때는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6개월 동안 오후 1시에 일어나다 보니 평생에 (강제로) 걸친 아침형 루틴이
반년만에 와장창 깨져버리는 굉장한 경험도 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추락하다보면 바닥이 보이고,
그 끝을 보면 바닥을 박차고 올라올 일만 남는다고.

내가 엄청난 추락을 겪은 건 아니지만
시간을 헛되이 쓰면서 알게 된 건
모든 사람이 그 밑바닥에 저절로 닿게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밑바닥이란 건 절대적이지 않아서
스스로 치솟을 생각이 없다면
그 바닥이란 건 영원히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까... 추락하다 보면 바닥에 닿아서
그 바닥을 딛고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정신 차리고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내 안의 바닥은 나와주지 않는다. (적어도 나한텐 그랬다)
그러면 어디있을지, 있기는 할지 알 수 없는 바닥에 닿기를 기다리면서...
그게 나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길 기다리면서 계속 가라앉는 것이다.
하루... 일주일... 한달...1년 그렇게 평생을....

이쯤에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아직도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그러니까... 인생을 열심히 못 살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열심히 살고 싶다.
이 글을 쓰는게 잃어버린 나의 삶의 열정에 (ㅎㅎ 오그라든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난 아직 어리니까 열정 같은 단어를 써도 된다.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우리 엄마한테는 애기다 애기) 불티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다시 휴학시기로 돌아와서,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후 반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나는
그 이후로 약 3개월을 더 대충 살다가
이렇게 살다간 히키코모리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뭐라도 하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그 뭐라도가 그때 나에게는 예전에 생각만 하다가 포기했던 교환학생에 도전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교환학생을 포기한 것은
교환학생이 되기엔 나에게 큰 결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점은... 다음에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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