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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문화생활을 하자

[5월 19일] 세종문화회관/ 한국 무용 '일무(佾舞)' 관람

by 김알람 202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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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엄마와 문화생활을 했다.

관람하기로 한 건 '일무'라는 한국 무용이었는데...

나는 무용에 대해 잘 모르고, 한국 무용은 더 잘 몰라서 아무 생각 없이 광화문으로 향했다.

 

<세종문화회관 위치>

 

 

광화문 <반포식스>에서 저녁식사

 

배가 고파서 엄마랑 저녁식사를 먼저 했다. 

고른 식당은 광화문 역 7번 출구 근처의 <반포식스>.

가서 똠양꿍 쌀국수와 분보싸오, 스프링롤을 먹었다. 

 

(위) 스프링 롤 (아래 우) 똠양꿍 쌀국수 (아래 좌) 분보싸오

 

스프링 롤은 극히 아는 그 맛이다

 

똠양꿍 쌀국수는 홍대의 <툭툭 누들 타이> 나 <소이연남>에 비해 매운 편이다. 

똠양꿍은 보통 신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매콤해서 놀랐다.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엄마가 먹어봤던 똠양꿍은 대부분 이 정도(혹은 그 이상) 매웠다고 한다. 

오히려 엄마는 여기 똠양꿍이 지금까지 먹었던 똠양꿍에 비해 많이 신편이라 놀랐다고. 

개인적으로 매콤한 맛과 신맛이 잘 어울려서 맛있게 잘 먹었다.

 

분보싸오는 메뉴판이랑 완전 다르게 나왔다. 

메뉴판의 그림만 보고는 접시에 재료들이 원을 그리며 놓인 채로 나올 것 같았는데 커다란 볼에 담겨 나왔다.

맛은 있다. 

분짜와 분보싸오의 메뉴판 그림이 비슷한데 분보싸오가 더 야채가 많아 보여 시킨 거였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사진에 찍히진 않았지만 소스를 함께 주는데 그냥 월남쌈 칠리소스다. 

소스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음식 세 개 다 맛있었고 가격도 합쳐서 32000원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그릇이 약간 끈적한 느낌이었고 베트남쌀국수 집에 가면 물 대신 종종 주는 차가 미지근했다. 

따듯한 차였으면 좋았을 듯싶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도착

 

세종문화회관

 

밥을 먹고 카페에 갔지만 생략한다. 

보기로 한 공연은 서울시 무용단원들이 출연하는 한국무용 '일무(佾舞)'.

 

 

 

<일무> 팜플릿, 직접 촬영

예술감독·안무 : 정혜진

연출 : 정구호

안무 : 김성훈

안무·음악 : 김재덕

출연 : 서울시 무용단

공연 일시: 5월 19일(수) ~ 5월 22일(일)

공연 시간: (수~목) 오후 7시 30분 / (토~일) 오후 3시

가격: VIP석: 80,000원 /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 A석 30,000원

 

 

 

일무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니 '종묘나 문묘에서 제향을 할 때 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서 추는 춤'이라고 한다

설명을 봐도 뭔지 모르겠는 분들은 아래 이미지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일무> 이미지, 출처: 배재만, <종묘제례악과 일무>, 연합뉴스,&nbsp;https://www.yna.co.kr/view/PYH20190505099900013

 

 

 

 

공연 후기

 

<커튼콜> 수평이 안맞는 것과 화질이 안좋은 건 그냥 넘어가 줘라

 

공연은 1막: 일무연구 2막: 궁중무연구 3막: 신일무 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막의 시작에는 전통을 충실히 지킨 방식으로 춤이 진행되고 후반부에 가면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3막인 신일무는 일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1막 2막보다 격렬한 느낌이었고 더 강약 조절이 있어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그럭저럭 흥미롭게 관람했다. 일무 자체가 대열을 맞춰서 추는 춤이어서 그런지 춤이 굉장히 기하학적이었다.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나와서 가로 열, 세로 열, 대각선, 소용돌이(?)등의 대열을 만드는데, 그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아쿠아리움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열을 맞춰 수영하는 것을 볼 때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약간 정신이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부유감이라고나 할까.

 

이런 느낌엔 음악의 힘도 컸다. 사용되는 음악이 마치 메트로놈 같은 느낌이었다. 음악에서 도형을 듣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스피커를 통해서 들리는 타악기의 박자 위엔 현악기(?)의 일정하고 단조로운... 선율이라고 부를 수 없는 기다란 한 두 개의 음이 덮이고, 그 위엔 또 곡소리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함께 들린다. 음악에 대해서 잘 몰라서 어떻게 설명할지는 모르겠는데 나에겐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내 마음에 든 <조명>

스타워즈 광선검 같은 조명도 마음에 들었다. 커튼콜 때 찍은 사진을 자른 것이니 내가 공연 중 도촬을 했다는 의심이 들었다면 오해를 풀어주길 바란다. 

 

사진상에선 여러 개의 야광봉처럼 보이는 저 조명. 시작할 땐 무대 전체를 둘러싼 거대한 직사각형 두 개였다. 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조명이 1시간 30분 동안 몰래 움직이더니(?) 끝에는 저런 모양이 되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는 예술영화로 단련되어 웬만큼 지루한 것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내 평을 맹신한다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무용수들이 열심히 열에 맞춰 움직이긴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자로 잰 것처럼 일정하진 않다. 공연을 보면서 아쿠아리움의 물고기들은 어떻게 그렇게 일정한 움직임으로 장관을 연출하는 건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대형 물고기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생존의 목적으로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인간에겐 생존을 위해서라는 목적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아무런 본능적 필요 없이도 저런 움직임을 연습해낸 무용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춤이란 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큼이나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위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무용을 볼 때 관람객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바로 그 각도와 움직임은 무용수 개인에겐 육체적으로 불편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리를 일자로 찢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나 포함)만 봐도 절대 편한 움직임이 아니다. 춤을 많이 추면 연골이 닳는 등 육체적 부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무용수들은 춤을 춘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관객들의 '와' 하는 탄성과 박수, 무용수로서의 명성과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아갈 재원인 돈을 위해서. 예술이란 장르는 먹기, 살기, 번식해서 유전자 남기기 등 유전자가 요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생존에는 하등 쓸모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감탄하고 깨달음을 얻고, 어쩔 땐 삶의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인간은 참...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쓸데없는 얘기가 많았다. 이 공연을 내러티브(스토리)를 배제한 구조주의 실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마이클 스노우의 구조주의 실험영화 <파장> 흑백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진을 찾다보니 흑백밖에 못찾았다_카메라가 같은 자리에서 계속 줌인 줌아웃을 한다 (출처: 씨네21 영화정보)

 

 

도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그리고 색다른 경험으로 육감을 깨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스토리가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만 포스팅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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