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pixabay 작가: Fifaliana-joy
우리나라도 열대기후가 되어가는 걸까? 스콜이 내린다.
오늘 저녁, 회사에서 컴퓨터를 끄는데 갑자기 창문 밖에서 후두둑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창문을 쳐다보니 누가 옥상에서 물을 갖다 부은 것처럼 창문에 빗줄기가 묻어있었다. 그리곤 다시 하늘이 잠잠하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니 바람과 함께 엄청난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 어째서 내가 퇴근할 때만 비가 내리냐 이 말이다. 비를 다 막아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도움이 되었던 3단 우산을 쓰고, 바지가 쫄딱 젖어가며 버스를 탔다. 접을 때 보니 우산 한쪽이 완전히 꺾여있었다. 그렇게 난 6개월을 함께했던 우산을 보내줘야 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니 이미 비는 그친 상태였다. 20분밖에 안 타고 왔는데... 그냥 회사 건물에서 책이나 보며 20분 기다렸다면 바지가 다 젖을 일도, 내 우산 친구가 망가질 일도 없었겠구나 싶었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을 과거엔 알 수 없으니 그저 실없는 상상일 뿐이다.
집에 도착해서 한밤 중에 라면을 끓이는데 어쩐지 휴대폰이 없었다. 복잡한 방 안 이곳저곳을 뒤져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평소에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았던 데다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 배터리가 13%였어서 불안감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 뭐라도 하겠다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책을 꺼내겠답시고 휴대폰을 옆자리에 놔두고 그대로 내리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차고지 주소와 전화번호를 찾아 해당 버스에서 휴대폰을 발견하면 연락 달라는 말을 남기고, 마지막으로 집 전화로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무음이기에 방안 불을 모두 끈 채로 휴대폰의 불빛을 애타게 찾았으나 흔적은 없었다. 라면은 퉁퉁 불어 볶음라면이 되었고, 더는 늦출 수 없겠다는 생각에 라면을 먹어치우다가 구글에 내 기기 찾기 서비스가 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구글 로그인이 되어있다면 내 기기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탄 버스가 차고지에 도착했는지 확인하려고 기기 찾기를 시작했는데 위치가 우리 집으로 뜨는 게 아닌가?
구글의 휴대전화 찾기에는 나처럼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 놓는 사람들을 위해 무음인 기기라도 5분간 벨소리가 울리게 하는 유용한 기능이 있다. 눌러봤더니 내 방 어디선가 우렁찬 벨소리가 들렸다. 분명 차고지에 전화하기 전에 10분간 열심히 방을 찾아보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었다. 벨소리를 따라가 보니 휴대폰이 양말 서랍에 들어있었다. 도대체 귀가한 뒤 왜 양말 서랍을 열었던 건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구글의 도움으로 휴대폰을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위치정보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떠서 약간 오싹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휴대폰에서 내 계정으로 구글 로그인을 한 다음에 꼭 계정 삭제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여러분도 조심하시길 바란다.
예전에는 '냉장고에 휴대폰을 넣어놓은 썰.txt' 를 보며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건망증이 점점 심해진다. 기억력 향상을 위해서 영양제를 챙겨 먹을 나이가 된 건지 약간 시무룩해진다.
여담이지만 왠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파마를 했다. 파마를 마치고 미용실을 봤더니 최근 본 애니메이션 등장인물 같은 익숙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일기를 쓰려고 이미지를 찾다 보니 보면 볼수록 닮은 것 같아 헛웃음이 나온다. 도플갱어 3명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데 저 녀석은 가상의 인물이니까 괜찮겠지.
일기를 쓰다 보니 벌써 12시가 지나버렸다. 내일 반차 쓰고 차고지에 휴대폰을 찾으러 가야 하나 싶었는데 그런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그럼 이만 오늘의 일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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