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나 자주 등장하는 이름 '마작'. 생소한 놀이(?)이지만 내 주위에는 마작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평소에 마작이 궁금했는데, 어쩌다 지인 단톡방에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지인이 7월에 개강하는 정동 마작 교실 26기의 수강신청 링크를 보내주었다.
'일요 정동마작교실'
(인스타 아이디 @mahjong_seoul)
![](https://blog.kakaocdn.net/dn/ADOCL/btrIn0Qc4dU/KprouYmoFM4W66yRjEKLT0/img.jpg)
사진을 보면 작게 지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마작의 역사를 설명하려고 선생님이 그려놓으신 그림이다. 역사 이야기를 듣는 게 지루할 거란 처음의 생각과 다르게 꽤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선 마작이 소수만 즐기는 게임이지만 마작의 본원지인 중국, '리치 마작'이라는 변형 마작을 즐기는 일본, 그 외에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 등에서도 마작이 대중적인 게임이라고 한다.
1920~30년대 사이에 우리나라 상류층들 사이에서도 마작 열풍이 불었는데 그 이후 명맥이 이어지진 않았다. 한국 역사 수업이 아니라 마작 수업이다 보니 마작 유행의 쇠퇴 이유에 대해 자세히 다루진 않았다. 아마 미국에서 마작을 배운 일본 상류층이 조선에 마작을 유행시켰으니, 광복과 함께 자연스럽게 그 문화도 사라진 것이 아닌가 지레짐작해볼 뿐이다.
![](https://blog.kakaocdn.net/dn/bz7LgP/btrIipYS602/sFLGd7jkuN2wv4Qb67YpgK/img.jpg)
상해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진 마작. 고스톱의 룰이 지역마다 다르듯, 마작의 룰도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르다. 정동 마작 교실에서 배울 것은 일본의 '리치 마작'이었다. 일본 마작 패는 중국의 마작패의 1/2 사이즈로 지금 사진에서 보고 있는 게 가장 정석적인 일본 마작의 크기다.
가장 위에 나열된 7개의 패는 문자 패고 아래에 순서대로 나열된 27개의 패는 숫자 패다.이 34개의 패가 종류별로 4개씩 있는데, 총 136개의 패를 이용해서 3, 3, 3, 3, 2의 세트를 가장 빨리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게 '리치 마작'의 규칙이다. 한 세트는 같은 그림이 그려진 패 3개 (마지막 세트는 2개)를 모으거나, 1-2-3 혹은 4-5-6 같이 이어지는 세 개의 패를 모으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플레이어는 처음에 무작위의 13개 패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돌아가면서 패를 뽑고, 내가 가진 패를 버리면서 점점 3, 3, 3, 3, 2의 세트가 만들어진다.
![](https://blog.kakaocdn.net/dn/IhFgd/btrIn37iXn1/7AaCPJsQIKLuMPOgOF1d6k/img.jpg)
기본 규칙을 배운 후에는 테이블에 같이 앉은 사람들과 간단한 게임을 해 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8번이 넘는 연습게임 동안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너무너무 자존심이 상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그럴만했다.
나는 욕심이 많아 버리는 걸 잘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손에 모든 걸 쥐고 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버리지 말아야 할걸 놓치곤 한다. 가끔. 아니... 자주.
수업을 진행하면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마작을 하면서 '나'란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건 뭘 뽑을지가 아니라고. 게임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른 완전히 다른 일이다. 바로...
어떤 패를 버리고 어떤 패를 남길지를 결정하는 것.
마작 패는 모두 뒤집어져 있기 때문에 무엇을 뽑을지는 알 수 없다. 그걸 알 수 있다면 사기꾼이거나 투시 능력자일 것이다. 비상한 계산으로 상대가 버린 패에서 상대가 만들려는 모양을 유추할 수 있는 마작 타짜거나 말이다.
뽑을 패를 정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것. 세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패를 남기고, 가능성이 낮은 패를 버리면서 조금씩 승리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작에서 승리를 하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를 잘 알아야 한다. 더 '기회'가 높은 쪽을 남기는... 전략적인 버리기야 말로 승리의 요건인 것이다.
기회의 가능성을 정확히 판단하고 낮은 가능성을 과감히 버리기
생각해보면 난 예전부터 버리기를 못했다. 무엇이 나에게 더 좋은 것인지, 더 필요한 것인지, 더 좋은 기회인지... 판단하는 것을 미루고 미루면서 여러 기회들 중 하나를 오롯이 선택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와 양쪽 모두 실패하는 것을 여러 번 반복했다.
마작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마작을 하다 보면 보드게임 시시해져 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작이 그 정도로 재미있을까 의문만 떠올랐지만 어쩌면... 마작이 다른 모든 보드게임들을 시시하게 만드는 이유는 비단 재미뿐이 아닐 수도 있겠다.
나에게 무슨 패가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 그 속에서 내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가진 것 중에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계속 구분하는 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같지 않은가. 우리가 쥘 수 있는 건 13개라는 제한된 패뿐이고, 기회라는 이름의 사건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해서 찾아온다. 정확히 원하는 기회를 골라서 잡는 일은 불가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손에 쥔 13개의 패 중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내가 한 선택, 내가 남긴 패가 마지막 순간에 의미 있는 3, 3, 3, 3, 2의 모양이 될 수 있도록 더 높은 가능성을 선택하면서.
무엇을 남길지, 버릴지 선택하지 못해 결국엔 모든 것을 흐지부지 끝내버리는 나의 나쁜 버릇은 간단한 룰만 적용한 연습 경기에서도 번번이 발휘되었다. 연습 마작을 하는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건 당연하다. 고민고민하다 나는 항상 남길 것을 버려버리곤 했으니까.
어쩌면 마작을 통해 버리기를 연습하면서 나의 나쁜 버릇도 조금씩 고쳐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버리기와 남기기. 그 행동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인생재활기 > 일기를 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726] 서울 인근 바다, 인천 영종도 당일치기 여행(2) (4) | 2022.07.31 |
---|---|
[220726] 서울 인근 바다, 인천 영종도 당일치기 여행(1) (4) | 2022.07.31 |
[220706] 스콜과 나, 그리고 구글이 찾아준 휴대폰 (5) | 2022.07.07 |
[220702] 불안과 게으름 (4) | 2022.07.02 |
[220615]구글 애드센스: 5전 6기로 성공 (2) | 2022.06.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