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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양식/보드게임&방탈출을 하자

[220710] <피아스코>로 trpg 입문하기

by 김알람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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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보드게임 모임. <라스베거스>라는 게임을 장렬히 지고 나서 <피아스코 Fiasco>란 trpg를 했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란 드라마에서 trpg에 대해서 들어본 적은 없지만 해 본 적은 없다고 하니 M님이 친히 준비해 주셨다. 

 

 

 

 


 

 

<피아스코 Fiasco>

 

준비물: <피아스코 Fiasco> 룰북, 주사위 16개, 종이, 펜

 

 

특징:

1. 2~3시간이면 한판이 끝나는 짧은 플레이 타임

2. 게임 마스터(게임 진행자)가 없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음. 파티게임으로 제격임

3. 범죄, 막장드라마 등 비도덕적인 상황이 다수 발생. 해당 요소를 꺼린다면 비추천.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는 단편 trpg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 전에 선택할 수 있는 관계나 욕망 설정 등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만약 서양식 막장 드라마 전개와 범죄 설정을 꺼린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trpg는 (tabletop roll playing game)의 약자로 보드게임과는 다르다는데 정확히 뭐가 다른지는 나도 잘 모른다. 

 

나의 경험에서 설명해 보자면 보드게임은 '게임'플레이가 메인 콘텐츠로 느껴졌고 trpg는 역할 놀이 + 이야기 만들기가 메인 컨텐츠로 느껴졌다.

 

보드게임의 목적이 '이기기'라면 <Fiasco>의 목적은 맡은 역할을 재미있게 수행하며  모두가 힘을 합쳐서 재미있는 릴레이 소설을 만드는 것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네 명이서 총 2판을 진행했는데 첫 판보다 두 번째가 훨씬 재미있었고, 2판을 하면 느낀 팁들을 피아스코를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피아스코를 재미있게 하려면?

 

 

커다란 컨셉을 잡아 공유한 후에 관계, 욕망, 장소를 설정해라

피아스코의 첫 순서는 책에 나와있는 큰 장소를 정하고, 관계, 욕망, (작은) 장소, 물건 등을 설정하는 것이다. 랜덤으로 던져진 16개의 주사위 안에서 돌아가면서 해당 요소를 정하는데, 이 설정을 잘 정하는 게 즐거운 게임 플레이의 절반이다. 

 

주사위를 선택해 관계, 욕망, 장소, 물건을 설정하기 전에 이야기의 커다란 컨셉을 정해 공유한 상태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래는 대화로 표시)

 

A: 책에 나온 곳 중에 '교외'에서 벌어지는 일이면 좋겠음. 

B: 범죄에 관련된 내용이 많네... 사실 여기는 모두가 평범한 사람인척 하지만 뒤로는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데임. 사생활도 난잡하고.

C: 맞아, 근데 겉으로 들키는 건 죽어도 싫은 거지. 체면을 중시해서 바람피운 사실을 동네에 들키기보다는 상대를 죽이건, 내 배우자를 죽이거나, 자살로 도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 

A: 그럼 치정관계 많이 넣고, 각별한 관곈데 서로가 범죄를 저지르는 걸 몰라서 벌어지는 일들을 넣으면 재밌겠다. 

B: 막장드라마인 건가...

 

이 정도로 이야기하고 나면 책에서 나온 '교외' 보다 더 디테일한 상황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 모두의 머릿속에 공유된다. 이렇게 컨셉을 잡고 세부 요소를 고르면 이야기를 나눴던 컨셉과 연관된 요소를 고르게 되어 플레이 중에 이야기를 짓기가 더 쉽고, 재미있어진다. 

 

그렇게 플레이하면 의외성이 없고 재미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컨셉을 공유하기 때문에 더 재밌다. 그리고 캐릭터 설정과 몰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연기하는 걸 민망해하지 마라

보드게임은 기물들이 있는 데다,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피아스코 Fiasco>에서는 내가 만든 캐릭터를 내가 연기해야 한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민망해서 제대로 하지를 못했다. 하지만 모든 감정은 전염되는 법... 한 명이 어색하고 민망해하기 시작하면 이제 테이블에 앉은 모두가 점점 뻘쭘해지기 시작한다. 

 

파티게임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연기' 부분 때문이다. 아무래도 알콜이 좀 들어가면 민망함은 덜하지 않겠는가? 

 

 

 

유저들이 만든 '플레이 세트'를 활용해라

피아스코 룰북에 보면 친절하게 링크가 적혀있다. 룰북을 펼치기 싫다면 여기 를 누르면 바로 플레이 세트가 모여있는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다.

 

<피아스코 Fiasco>가 외국 게임이다 보니(?) 아무래도 장소나 설정, 욕망의 목록이 미국 드라마 같은 경향이 있다. 그래선지 미드 같은 느낌의 이야기 전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나, 미드 기믹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야기 전개에 어려움이 있다. 

 

링크의 페이지에 플레이 세트가 많은 건 아니지만 '공포' , '막장드라마' , '블랙코미디(정치)' 등 한국인이 익숙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요소를 저격한 세트들이 있다. 익숙하고 재미있는 플레이세트와 함께 <피아스코 Fiasco>를 더 즐겁게 플레이해보는 건 어떨까?

 

나 역시 지인들과 했던 두 번째 플레이에선 '플레이 세트'를 이용했다. <헤더웨이 집의 유령>이라는 플레이 세트였는데, 나올 이야기가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덕분에 익숙한 흐름인 것 같으면서도 반전이 있는 이야기가 완성됐다. 

 

 

 

 

 


 

 

<피아스코 Fiasco>를 하던 중에 이전에 이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그때는 플레이를 진행하다 중간에 흐지부지되었었다. 그래선지 완전히 잊고 잊고 있다 다시 해본 <피아스코 Fiasco>는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첫 플레이보다 여러 번 플레이했을 때가 훨씬 재미있다. 처음에는 어색해선지 쭈뼛쭈뼛하던 사람들도 능숙해지면 캐릭터에 아주 빙의가 된다.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게임을 하게 된 G님은 전개 비틀기가 웹소설 작가급이셨다. 

 

TRPG를 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이다. 기회가 된다면 같은 멤버로 또 해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이랑도 해보고 싶은 중독성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이야기 만드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으며, 오그라드는 게 싫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극복한다면 2~3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임일 것이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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