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몸의 양식/밥을 먹자

[220717] 이태원역 - 녹사평역 사이, 중국가정식을 파는 <장강중류>

by 김알람 2022. 7. 17.
728x90
반응형

서울 퀴어문화축제를 갔다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축제가 있었던 시청역 부근은 붐빌 것 같아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에 있는 <장강중류>로 향했다.

 

 

 


중국 가정식 <장강중류>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로 143-28 1층

영업: 일 13:00 ~20:00 (19:00 라스트 오더)

월, 화, 수 정기휴무

목 17:30 ~21:30 (20:30 라스트 오더)

금 17:30 ~21:30 (20:30 라스트 오더)

토 13:00 ~ 21:00 (20:00 라스트 오더)

 

문의: 010-6727-0329

 

 

인기가 많은 가게라 예약을 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장강중류 메뉴판_ 뒷장엔 술이 있는데 까먹고 안찍음

 

방문 당일 연근갈비탕은 품절된 상태였다. 같이 간 일행 중 한 명이 금방 일어나야 해서 간단히 단품 메뉴로 시키기로 했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라즈지와 호복식 어향가지. 일행의 추천으로 보이차 밥도 하나 시켰다.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놓으니 알 수 없는 문제로 사진 양 옆이 잘렸는데 토마토 달걀 볶음의 가격은 27000원이다)

 

 

 

라즈지

 

엄청난 양의 고추에 파묻혀 나온 라즈지. 검색해보니 이 집 라즈지가 굉장히 맵다고 해서 최대한 덜 맵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라즈지 위에 놓인 건 고수다. 닭튀김과 고수를 같이 먹으니 굉장히 잘 어울렸다. 결국, 1500원을 추가해 고수를 더 시켰다.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겉에 양념이 따로 없고 고추, 향신료, 튀긴 닭을 넣어 함께 조리했다. 보기만 해선 고추와 함께 볶은 순살 후라이드 치킨 같다. 한입 베어 물면 살짝 매콤하고, 향신료의 향이 살짝 느껴진다. 심심한데? 하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씹는 순간, 닭튀김에 스며든 고추기름과 향신료의 맛이 점점 존재를 드러낸다. 알싸한 향신료와 쫄깃하면서 바삭한 닭튀김, 기름기를 잡아주며 입을 씻어주는 고수를 함께 먹으면 입안이 즐겁다. 

 

 

 

어향가지

 

원래 중국의 가지 요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짭조름하고 걸쭉한 소스가 살짝 튀겨진 가지 위에 뿌려지면 그걸로 술 한 병은 뚝딱이다. 

 

같이 간 일행이 <장강중류>의 어향가지를 침이 튀게 칭찬하길래 기대가 컸는데, 안타깝게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간이 너무 심심했달까? 라즈지를 먼저 먹는 바람에 자극적인 향신료에 입이 길들여져 더 심심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별로라고 생각해서 라즈지만 흡입하고 있는데 같이 간 일행은 어향가지를 정말 좋아했다. 내가 모르는 어떤 맛이 있긴 있었다 보다. 

 

 

 

 

음료 메뉴판

 

이 메뉴판 뒤에 백주 메뉴판이 있어서 함께 첨부하려고 했는데 갤러리에 사진이 없다. 까먹고 안 찍은 모양이다. 어쨌거나. <장강중류>에선 다양한 칭따오 병맥주와 생맥주를 함께 팔고 있다. 

 

일찍 가야 하는 일행은 칭따오 위트 비어를 시키고 시간이 남아도는 나와 다른 일행은 백주를 시켰다. 참고로 말하자면 칭따오 위트비어는 다른 가게에선 잘 팔지 않는 레어템이라고 한다. 다양한 칭따오를 마시고 싶으면 이곳에 방문해 보시길.

 

 

 

왼쪽 - 첸냥바이주 100ml (36도/ 13800원) 오른쪽 - 공부가주 140ml (39도 /14800원)

 

병으로 파는 백주를 100ml로 소분해 팔길래 신기해서 첸냥바이주 100ml를 시켜봤다.

 

포스팅을 하기 위해 검색해보니 바이주(백주)란 곡물을 증류해 만든 증류주라고 한다. 곡물 중에서 수수를 증류해서 만들면 그게 고량주다. 그러니까 백주의 여러 종류 중에 고량주가 있는 것이다. 

 

누구 코에 붙일지 모를 100ml짜리 첸냥바이주를 작은 잔에 따른 후 입에 대니, 코 밑으로 희미한 꽃향이 퍼졌다. 아침 이슬이 맺힌 연꽃 가까이에 가면 맡을 수 있는 그런 향이다. 맛은 깔끔 담백했다. 더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목 넘김까지 부드러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느낌이다. 

 

첸냥바이주를 다 마시곤 공부가주 140ml를 새로 시켰다. 독특한 병이 마음에 들었지만 마실 때 한국 맥주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찝찌름한 맛같은 게 느껴져서 별로였다. 하지만 공부가주의 특색 있는 병을 보면 불호인 맛도 용서가 된다. 병을 들어 잔을 채우면 초등학생 때 읽었던 묵향, 비뢰도 같은 무협 소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왠지 "오늘은 술이 입에 쩍쩍 달라붙는 구만" 하는 무협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를 쳐야 할 것만 같다. 

 

정리해 보자면 공부가주는 무협지 주인공들이 시장통에서 사 마시는 술이 연상됐고, 첸냥바이주는 좋은 가문에서 공부하는 누군가가 밤에 달을 구경하며 마실 것 같은 고급술의 느낌이었다. 실제로 공부가주가 저급, 첸냥바이주가 고급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떠오른 이미지가 저랬다. 

 

사실 백주에 대한 나의 과거 기억은 맛보다는 목구멍이 불타오르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래선지 어차피 맛이 달라도 잘 구별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두 가지 술을 연달아 마시니 맛의 차이가 확연해서 신기했다. 어쩐지 백주에 빠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저녁식사와 함께 백주를 마시고 지인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에 가서 칵테일로 2차, 또 다른 술집에 가서 맥주로 3차를 달렸다. 아, 토요일이라 다행이었다. 며칠 동안 술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