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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재활기/일기를 쓰자

[220726] 서울 인근 바다, 인천 영종도 당일치기 여행(2)

by 김알람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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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보러 가기)

 

[220726] 서울 인근 바다, 인천 영종도 당일치기 여행(1)

최근에 정신이 지쳐 연차를 사용하고 쉬었다. 주말 동안 누워서 여름잠을 자고, 드라마나 몰아보다가 이래선 휴가가 아니라는 생각에 여행 계획을 짰다. 심란한 마음에 자연 구경을 하고 싶었고

dkffka65.tistory.com

전편 요약

영종도 당일치기 여행을 시작한 김알람,
황해 해물칼국수에서 점심 먹고 마시란 갯벌 체험장 주차장 벤치에서 낮잠 자다 일몰 보러 엠클리프란 카페로 향하는데...

 

 

 

엠클리프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을왕동 689-1

운영:

월~금: 오전 10:30~  오후 9:00 (라스트 오더)

토, 일: 오전 10:30 ~ 오후 10:00 (라스트 오더)

 

 

한국 3대 절벽카페라... 믿어보겠다구

 

허허... 절벽 카페라 그런지 오르막길에 위치한 엠클리프다. 열심히 올랐다. 그래도 높은 곳에 있으니 경치는 좋겠지 싶어 기대가 되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카페로 1층에서 주문을 받는다.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같이 파는데 검색을 해보니 빵이 별로 맛이 없다고 했다. 

 

 

초코큐브: 45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6000원

 

 

그래도 잠을 잤더니 배가 고파서 초코 큐브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같이 시켰다. 초코 큐브는 겹겹이 쌓인 페스츄리 안에 초코 크림이 들어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다들 맛이 없다 맛이 없다 하니까 너무 긴장한 모양이다. 오히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맛이 없었다. 뭐지? 싶어 다시 먹어봤는데 역시 시원하고 맛이 없었다. 

 

내가 원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향만 있고 무맛이라서 싫어하는데, 스벅 아메리카노에서 더 미끌미끌하고 이상한 씁쓸한 맛이 심화된 느낌이었다. 이 평은 개인 취향에 불과하니,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빵은 별로 비싸단 생각이 안 드는데 음료는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여행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싸단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이왕 먹는다면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걸 먹어보는 게 어떨까 싶다. 

 

 

2층의 야외 의자

 

하지만 경치 구경하기엔 정말 좋았다. 1,2층은 실내, 3층은 야외인데 2층 야외 테라스에도 이렇게 경치를 구경할 수 있게 의자가 있다. 

 

(좌) 3층 구름다리 위에서 찍은 사진 (우) 잔디 정원? 

 

 

3층은 파라솔 테이블과 잔디 정원?으로 이어진 구름다리가 있었다. 2층에서 빵과 음료수를 먹고 에어컨 바람을 쐬다 오후 7시쯤 구름다리를 건너 정원의 흔들의자에 앉았다. 

 

 

흔들의자에서 찍은 사진

 

음료가 맛없는 것은 봐주기로 했다. 노랗게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자 영종도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이 카페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야외엔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낮 3시, 벤치에서 누워 자면 찌는듯한 더위를 견딘 나에게 선선해진 저녁 날씨는 약과에 불과했다. 

 

높은 곳에 우뚝 선 엠클리프 정원(?)의 의자에 앉자 저녁이라 미지근해진 해풍이 얼굴을 스쳤다. 눈을 감자 또 잠이 올 것 같아서 눈을 부릅뜨고 시간을 살폈다. 

 

 

 

 

하늘엔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은 점점 짙어졌고 해는 지평선이 아닌 구름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바다 위에 노란 선을 그리며 사라지는 해를 보기엔 글렀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곧 아무렴 어떤가 싶어졌다. 

 

아무도 없는 정원 흔들의자 위에서 늘어져서 바람을 맞다가 어둑해질 때쯤 카페를 나왔다. 엠클리프에서 내려가는 길 사이로 샛길이 나 있었는데, 그곳을 걷자 해변과 이어졌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하늘이 아름답지 않은가. 다시금 차오르는 바다가 부서지는 소리는 경쾌하지 않은가. 눈을 감고 해변을 걸으며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자질구레한 일들이 바람결에 사라지는 환상을 느꼈다. 

 

실금이 간 내 휴대폰에서도 아름답게 포착된 하늘에 고맙다. 인천 국제공항은 비행기를 타러만 와 보았었는데 국제공항 근처에 이렇게 괜찮은 곳들이 있는 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영종도에서 무의도로, 무의도에서 소무의도로 가면 더 괜찮고 조용한 바다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나중엔 소무의도까지 여행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청초수 물회·섭회 을왕리점


위치: 인천 중구 공항서로 179 청초수 물회 을왕리점

영업: 매일 11:00 ~ 21:00 (라스트 오더 20:00시)

 

 

해변에서 걸어 나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7시 50분이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라스트 오더가 오후 8시라고 알려주셨고, 물회를 먹어보진 못하는 건가... 싶을 때 전화로 주문을 미리 해 둘 수 있다고 하셔서 전화로 일반 물회(18000원)를 주문했다.

 

 

버스를 10여분 타고 도착한 청초수 물회·섭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걷다 보면 청초수 물회의 에어간판 (좌측 사진)이 보인다. 거기서 왼쪽으로 꺾어 오르다 보면 청초수 물회·섭회에 도착한다. 

메뉴판

 

메뉴판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고파서 한 장만 찍었다. 

 

 

일반 물회 1인분 18000원

 

비주얼은 아주 좋았다. 식은 밥과 소면을 함께 주는데, 뭔지 몰라 검색해보니 물회를 다 먹고 밥이나 소면을 말아먹으면 된다고. 

 

로봇이 음식을 배달해주는데 어리바리한 게 귀여웠다. 하지만 이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나쁜 녀석이다. 배달을 마치고 유유히 제 갈길을 가는 깡통 같은 뒷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한 후 물회를 한 젓가락 집었다.

 

 

생애 첫 물회 시식

 

그전에 물회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순 없지만 맛있었다. 예전에 나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 입맛이 바뀐다는 게 맞는지 요새엔 해산물이 그렇게 좋다. 예전에 부산에서 해산물 모둠을 시켰다가 멍게도 쓰고, 해삼도 딱딱해서 개불만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고추장 맛에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회에도 멍게가 들었길래 걱정했는데 기우일 뿐이었다.

 

오후 내내 더운 바닷바람을 맞아서일까? 슬러쉬처럼 곱게 갈린 얼음에 해산물을 팍팍 비벼 한입 먹으니 온몸이 식도부터 시원해졌다. 냉면 육수에 다데기를 섞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매콤하고 시면서 차가운 국물에 회를 말아먹으니 금세 그릇이 바닥을 보였다. 

 

소면이랑 밥이 이 국물과 어울릴지 자신이 들지 않았지만, 뒤 테이블에서 물회 마스터인 것 같은 아저씨가 물회에 식은 밥을 넣어먹으면 그게 맛이라고 일행에게 일장 연설하는 걸 듣고 용기를 내 보았다. 소면을 먼저 반 정도만 넣어 먹어보니 그럭저럭 맛이 괜찮았고 이후에 밥을 두 술 말아보니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배가 불렀기 때문에 후식으로 함께 나온 인절미를 먹고 가게를 떠났다. 아디오스 청초수 물회·섭회.

 

 

 

성공리에 끝난 영종도 당일치기 여행

 

 

나를 해산물 칼국수 집으로 인도했던 608번을 다시 타고 공항철도로 향하는 길. 무계획을 계획 삼은 당일치기 여행의 성공을 자축해야 한다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쓴다. 

 

가끔은 아무런 계획 없이 어딘가로 떠나보면 어떨까. 그저 공항 근처로만 생각했던 곳에서 맛집과 좋은 경치를 발견한 것처럼, 주목하지 못한 곳에 나를 편안하게 해 줄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아니, 그들은 숨어있지 않았지만 너무 바삐 달리느라 있어도 있는 줄 몰랐을 수 있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곳에서 의외의 편안함, 나를 괴롭히는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줄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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