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몸의 양식/밥을 먹자

[홍대] 홍콩식 오리구이 먹으러 왔다 OO에 반해버린 홍대 맛집<림가기>

by 김알람 2023. 3. 6.
728x90
반응형

 

오리구이는 말할 것도 없고,
이게 뭐예요?
소리가 절로 나온 '장분' 맛집


<림가기>

위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4-13 1층 림가기
 
영업: 
일 11:40 - 22:00
월 11:40 - 22:00
화 정기휴무 (매주 화요일)
수 11:40 - 22:00
목 11:40 - 22:00
금 11:40 - 22:00
토 11:40 - 22:00
 
전화:
02-3141-8808
 
특이:
오리구이를 노린다면 전화로 예약 추천
 
 
 

림가기 본격 후기

 

홍대 림가기 외관

 
홍대에서 스터디를 끝내고 스터디원 중 한 명의 적극 추천으로 찾아간 <림가기>.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리구이가 떨어질 때가 있기 때문에 오리구이를 원한다면 전화 예약을 추천한다. 우리는 스터디가 너무 늦게 끝나서 부랴부랴 식당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따로 예약은 하지 않았다. 
 

외부 메뉴판

 
휴대폰 카메라에 흠집이 난 탓에 밤이 되면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사물이 좌우로 번져버린다. '홍콩 어느 뒷골목에서 먹었던 그 맛집 림가기'라는 소개 문구와 조금 어울리는 것도 같다. 
 

다급하게 찍은 외관

 
 운 좋게 4인 테이블에 자리가 나서 바로 안으로 입장. 일행이 계속 바람을 넣어서 음식에 대한 기대가 어느새 머리끝까지 치솟아 버렸다. 
 

메뉴판_내가 손수 포토샵으로 붙였다_실력 좀 늘고 있는 듯(뿌듯)

 
이곳의 메인 메뉴는 홍콩식 오리구이와 림가차슈. 당일 방문을 하면 오리구이가 떨어질 때도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사장님께 물어보니 다행히 오리구이를 먹을 수 있었다. 행복한 마음으로 오리구리를 먼저 고르고, 다른 메뉴들도 찬찬히 훑어보는데 에피타이저 메뉴인 장분을 보곤  '이게 뭐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게 뭐예요?"
"아... ㅎㅎ 한번 시켜보세요. 맛있어요."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지인의 흐뭇한(?)한 미소에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졌지만, 오리구이 반마리와 사천식 매콤탕면, 그리고 뭔지도 잘 모르겠는 새우장분을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나온 새우 장분(창펀)

 
그리고 처음 본 장분(창펀)의 첫 인상은...
 
'이거 면 달라붙은 거 아니야?'
 
생소한 모습에 눈만 껌뻑이자 사장님이 젓가락을 들고 나와 장분(창펀)을 한 숟가락 크기로 잘라준다. 보기엔 면 떡진 것으로 보이는데, 얼마나 부드러운지... 젓가락을 X자로 들고 스윽- 가르자 부드럽게 숭덩숭덩 잘린다. 이제 숟가락을 들고 소스와 함께 한 조각 씩 떠먹기만 하면 끝이다. 
 
사진으로 보기엔 밀가루 덩어리로 보일 수 있는데 정말 부드럽다. 하가우 피처럼 얇은 만두피를 겹겹이 주름지어서 쪄낸 것 같은 식감으로, 두꺼운 부분은 살짝 쫄깃하지만 레이스처럼 흐드러진 부분은 혓바닥에서 녹는 것 같다. 그리고 요리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바로 저 소스! 뭘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푹 찍어도 짜지 않고, 오히려 침만 더 나온다. 진정한 의미의 에피타이저라 할 수 있다. 
 
새우는 저 넓은 면(?) 중간중간에 통으로 박혀 있었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먹을 수 있고 운 없으면 못 먹는다.
 

홍콩식 오리구이 반마리

 
다음으로 나온 메뉴는 홍콩식 오리구이 반마리. 접시 위에 통으로 얹어서 식탁에 올려주시는데 이때가 포토타임이다. 찰칵찰칵- 셔터 소리가 잦아들면  사장님이 저 접시를 들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신다. 
 

손질되어 나온 오리 반마리와 샐러드

 
손질된 오리 고기와 기름이 좌르륵 흐르는 바삭한 오리 껍질. 첫 젓가락에는 오리 껍데기를 집어 한 입에 넣고 그 바삭함을 느껴보면 좋다. 그다음에는 고기를 먹고 이제 샐러드와 오리를 함께 먹는다. 오른편에 찍힌 샐러드는 오리구이에 세트로 나온 샐러드인데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오리구이와 같이 먹으면 궁합이 정말 좋다. 
 
오리만 먹다 보면 살짝 물릴 때가 있는데 그때 샐러드에 들어있는 파인애플과 오리를 같이 먹으면 입 안의 기름기가 달콤함과 산미로 닦이는 듯한 신기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소스는 두 가지가 준비되는데, 오리의 고소~한 맛을 극상으로 느끼고 싶으면 기름장처럼 보이는 갈색 소스를, 기름 맛을 적당히 잡으며 먹고 싶으면 겨자 색의 노란 소스를 추천한다. (정확히 무슨 소스인지는 나도 모른다.)
 

술이 빠질 수 없으니 맥주 한잔 함

 
처음 마셔본 하얼빈 맥주. 첫 병은 칭따오였는데 하얼빈이 더 고소하다는 지인의 의견에 두 번째 병부터는 하얼빈으로 마셨다. 둘의 차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얼빈이 약간 더 곡물맛 같은 게 많이 났고 칭따오는 탄산이 더 강한 느낌?
 

맥주에 오리구이를 싸 먹어 보세요

 
카메라 흔들릴 정도로 폭풍 흡입을 하며 맥주를 마셔대니 다음 요리가 등장. 사천식 매콤탕면이다.
 

비주얼이 죽이는 사천식 매콤탕면

 
이걸 먹기 전엔 사장님이 앞치마와 나무젓가락을 가져다주신다. 그 이유는 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건... 당면?

 
사천식 매콤탕면의 면은 통통한 당면 같다. 매끄럽기도 엄청 매끄러워서 나무젓가락으로 집지 않으면 후루룩 떨어져 버린다. 국물은 흔히 먹는 마라탕처럼 맵지만 살짝 더 맑은 느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면을 한 젓가락 집은 순간부터 굉장히 이색적으로 느껴졌고, 외국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들어서 맛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었다. 
 
이곳에 간다면 체험 삼아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메뉴 중 하나다.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였던
홍콩 음식점 <림가기>


림가기의 음식은 맛있다. 그리고 정말 '외국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장분(창펀)부터 시작해서 사천식 매콤탕면까지. 눈 감고 무아지경으로 먹다 보면 이곳이 홍대가 아니라 진짜 홍콩의 뒷골목처럼 느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칭따오 외의 다른 중국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즐거운 점 중 하나다.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건 사장님의 센스다. 오리구이를 통으로 식탁에 놓아주며 '포토타임'을 주고, 만 원도 안 하는 국수를 즐겁게 먹게 하기 위해 요리가 나오기 직전에 앞치마와 나무젓가락을 가져다주며 '먹는 경험'을 기대하게 한다.
 
가게 벽에 앞치마를 걸어 놓기만 해도 무방하지만, 더 즐거운 경험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진짜인지는 나도 모른다)
 
예전에 상해에 놀러 갔을 때, 요리사가 구운 오리 한 마리를 가져와 앞에서 해체 쇼를 보여준 적이 있다. 앞에서 진기명기 쇼를 본다고 그 요리가 더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보여준 그놈의 쇼 때문에 기분이 더 들떴다. 그곳의 오리구이는 내 입으로만 즐긴 게 아니라, 눈으로, 기억으로 즐긴 '먹는 경험'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먹는 경험' 덕분에 오랫동안 그 가게의 오리구이 맛이 기억에 남았었다.
 
림가기의 사장님의 행동에는 먹는 경험을 위한 센스가 있다. 먹는 것은 혀지만 우리의 뇌는 가게의 분위기, 먹을 때의 경험, 음식을 기다리던 기분까지 섞어 '먹는 경험'으로 저장한다. 그래서 똑같이 맛있는 음식이라도 어떤 음식은 더 오랜 시간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다. 눈과 귀, 기대와 혀로 하는 즐거운 경험을 만드는 사장님의 소소한 센스! 그런 의미에서 난 이곳이 좋아질 것 같다.

728x90
반응형

댓글